국내 최대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익명성에 기대어 자유로운 의견 표출이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그 수위가 높아져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고소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무심코 단 댓글 하나 때문에 경찰서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게 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디시인사이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핵심적인 성립요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소를 당한 피의자 입장에서 어떻게 현명하게 대응해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처벌의 핵심 열쇠: 명예훼손·모욕죄 3대 성립요건

디시인사이드에 작성한 글이 범죄가 되기 위해서는 아래 세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하나라도 빠지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내가 쓴 글이 각 요건에 해당하는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대응의 첫걸음입니다.

① 공연성: 디시인사이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된 커뮤니티이므로, 글을 작성하는 순간 '공연성'은 대부분 인정됩니다.

② 특정성: 가장 중요한 쟁점입니다. 단순히 닉네임(유동닉 포함)을 향한 욕설만으로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제3자가 알 수 없어 특정성이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피해자가 게시글이나 댓글을 통해 자신의 신상(이름, 얼굴, 소속, 연락처 등)을 공개했고, 주변 정황상 해당 닉네임이 그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태였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③ 비방의 목적 및 내용: 두 죄는 내용에 따라 구분됩니다.
- 명예훼손죄: 구체적인 '사실(진실 또는 거짓)'을 적시하여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경우 성립합니다. (예: "OOO는 A회사에서 횡령했다더라.")
- 모욕죄: 구체적인 사실이 아닌, '경멸적인 감정 표현(욕설)'으로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훼손하는 경우 성립합니다. (예: "OOO는 XXX다.")

2. 피의자 입장에서의 단계별 대응 방법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침착하게 아래 단계에 따라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1단계: 자기 게시글 법리적 검토
가장 먼저 내가 작성한 글이 위에서 설명한 3가지 성립요건(특히 특정성)을 모두 충족하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특정성이 성립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를 경찰조사에서 논리적으로 주장하여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2단계: 섣부른 합의 시도 금지
범죄 성립요건이 애매한 상황에서 덜컥 겁을 먹고 상대방에게 연락해 사과하거나 합의를 시도하는 것은 혐의를 스스로 인정하는 행동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법리적 검토가 끝나기 전까지는 섣부른 행동을 삼가야 합니다.

3단계: 변호사 조력 하에 경찰조사 대비
경찰조사는 피의자에게 매우 불리한 심리적 압박감을 줍니다. 따라서 조사 전 변호사와 상담하여 나의 상황을 진단받고, 진술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변호사는 조사에 함께 출석하여 불리한 진술을 막고, 수사관에게 우리 측의 논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